뉴욕 마라톤 알아보기 – 세계 마라톤 메이저 대회 리뷰

뉴욕 마라톤(TCS 뉴욕시티 마라톤)은 1970년 센트럴파크에서 단 127명이 출발해 55명이 완주한 동네 대회로 시작했습니다. 56년이 지난 오늘, 같은 대회는 5만 명 이상이 다섯 자치구를 종주하며 200만 명의 응원을 받는 세계 최대 마라톤이 되었습니다. 2026년 11월 1일 대회는 5개 자치구 코스 50주년이라는 의미가 더해진 무대입니다.

핵심을 먼저 짚어드립니다.

  • 1970년 센트럴파크 127명 → 2024년 약 5만 5천 명 완주, 세계 단일 마라톤 최다.
  • 버라자노 다리에서 출발해 다섯 자치구를 잇는 다리 5개·언덕 코스, 기록보다 경험.
  • 그레테 와이츠 9승, 2012년 샌디 취소, 2017년 테러 직후 우승 — 도시의 주요 사건과 연결된 대회.
뉴욕 마라톤 공식 레이스데이 사진
TCS 뉴욕시티 마라톤 레이스 데이. (출처: 뉴욕로드러너스 공식 홈페이지)

뉴욕 마라톤의 탄생 — 127명에서 5만 명까지

첫 뉴욕 마라톤은 1970년 9월 13일 센트럴파크에서 열렸습니다. 참가비는 1달러였고, 전체 예산은 1천 달러 정도였습니다. 127명이 출발해 55명이 완주했고, 우승자 게리 머크는 2시간 31분 38초로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뉴욕 로드러너스의 페드 르보(Fred Lebow)와 빈스 키아페타가 함께 기획한, 사실상 동네 달리기 대회였습니다.

흐름이 바뀐 것은 1976년입니다. 미국 건국 200주년을 기념해 시민 운동가 조지 스피츠가 “공원만 도는 게 아니라 뉴욕시 전체를 코스로 쓰자”고 제안했고, 시장 에이브러햄 빔과 자치구장 퍼시 서튼이 이 아이디어를 밀어붙였습니다. 그해 10월, 마라톤은 처음으로 스태튼아일랜드에서 출발해 다섯 자치구를 모두 지나 센트럴파크에서 끝났습니다. 우승은 보스턴 마라톤의 영웅 빌 로저스. 2천여 명이 출전했고, 도시는 비로소 이 대회를 자기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이후 50년 동안 뉴욕 마라톤은 세계 마라톤 메이저 6개 중 한 자리를 차지하며 매년 더 커졌습니다. 2024년에는 약 5만 5천 명이 결승선을 넘으며 단일 마라톤 사상 최다 완주자 기록을 세웠습니다. 출발지 스태튼아일랜드부터 결승지 센트럴파크까지, 뉴욕시 다섯 자치구 전체가 코스로 활용됩니다.

뉴욕 마라톤 창시자 프레드 르보 동상
센트럴파크 엔지니어스 게이트의 프레드 르보 동상. 평소엔 공원 한쪽에 서 있지만, 마라톤 주말이 되면 결승선으로 옮겨져 완주자를 맞이합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5개 자치구를 잇는 42.195km 코스 깊이 분석

뉴욕 마라톤 코스는 다섯 자치구와 다섯 개의 큰 다리로 짜인 구조입니다. 스태튼아일랜드에서 출발해 버라자노-내로스 다리로 브루클린에 들어선 뒤, 4번가를 따라 북쪽으로 길게 올라갑니다. 폴라스키 다리로 퀸스에 진입하면서 하프 지점을 지나고, 퀸스보로 다리(에드 코크 다리)로 맨해튼 1번가에 내려섭니다. 1번가를 거슬러 올라 윌리스 애비뉴 다리로 잠시 브롱크스를 다녀온 뒤, 매디슨 애비뉴 다리로 다시 맨해튼으로 돌아옵니다. 마지막은 5번가를 따라 센트럴파크로 진입해 공원 내부에서 마무리됩니다.

뉴욕 마라톤 5개 자치구 코스 지도
스태튼아일랜드 → 브루클린 → 퀸스 → 맨해튼 → 브롱크스 → 다시 맨해튼 → 센트럴파크. 다섯 자치구와 다섯 다리를 잇는 42.195km. (지도: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코스의 누적 고도는 약 250m 수준으로, 평지 메이저인 베를린·시카고와 비교하면 명확히 더 거친 코스입니다. 다섯 다리의 오르내림이 페이스를 흔들고, 보스턴처럼 일관된 내리막도 아니라서 뉴욕에서 자기 기록(PB)을 노리는 건 정석 전략이 되기 어렵습니다. 대신 다섯 자치구 전체를 통과하는 도시 마라톤 경험이 따라옵니다.

코스의 결정적 순간들 — 다리, 침묵, 그리고 함성

코스에는 러너들이 자주 언급하는 구간이 몇 군데 있습니다. 출발선부터 결승선까지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출발 — 버라자노 다리 위 5만 명

출발 직전 스피커에서 프랭크 시나트라의 New York, New York이 흘러나오면, 5만 명이 버라자노-내로스 다리 양쪽 데크 위로 올라섭니다. 대포 소리가 울리고, 다리를 향해 첫 1마일이 오르막입니다. 다리 위에서 보이는 맨해튼 스카이라인은 뉴욕 마라톤 출발 구간의 대표 장면입니다.

뉴욕 마라톤 버라자노 다리 출발 구간
출발 1~2마일 구간, 버라자노-내로스 다리 위를 오르는 러너들. (출처: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브루클린 — 가장 긴 직선, 가장 두꺼운 응원

다리에서 내려오면 브루클린입니다. 4번가(4th Avenue)를 따라 약 11마일을 거의 직선으로 북상하는 동안, 자치구 응원의 두께가 점점 두꺼워집니다. 베이리지의 가족 응원, 파크슬로프의 브라스 밴드, 윌리엄스버그의 다국적 응원이 차례로 등장합니다. 다리 직후 가벼운 마음에 페이스가 빨라지기 쉬워, 노련한 러너들은 이 구간에서 의식적으로 속도를 누릅니다.

퀸스보로 다리 —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1.5km

15마일 즈음 퀸스보로 다리(공식 이름 에드 코크 다리)에 진입합니다. 이 구간이 코스의 심리적 분수령입니다. 다리 위에는 관중이 한 명도 없고, 도시의 소음도 한 번에 사라집니다. 자기 발소리와 옆 러너의 호흡만 남아 약 1.5km를 건너는 동안, 처음 출전한 러너들은 “내가 정말 마라톤을 뛰고 있구나”를 가장 강하게 느낀다고 입을 모읍니다.

뉴욕 마라톤 퀸스보로 다리 진입 구간
15~16마일 구간, 침묵 속에 퀸스보로 다리를 건너는 러너들. (출처: Wikimedia Commons, CC0)

1번가 — 소리의 벽이 다시 열리는 순간

다리에서 내려와 1번가(1st Avenue)에 진입하는 그 한 발짝이 뉴욕 마라톤의 가장 유명한 장면입니다. 다리의 침묵을 뚫고 양옆에서 수십만 명의 함성이 동시에 쏟아져 들어오는데, 러너들은 이를 “the wall of sound(소리의 벽)”이라고 부릅니다. 문제는 그 흥분으로 자기도 모르게 속도가 빨라진다는 점입니다. 1번가에서 페이스를 누르지 못한 러너는 거의 예외 없이 후반 5번가에서 큰 대가를 치릅니다.

뉴욕 마라톤 맨해튼 1번가 응원 인파
17~19마일 구간 맨해튼 1번가의 응원. 양옆이 빈 자리 없이 가득 찹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CC0)

브롱크스 — “꿈이 죽는 곳”이라는 별명의 4km

20마일을 넘기면 윌리스 애비뉴 다리로 짧게 브롱크스를 다녀옵니다. 코스에서 가장 짧고, 가장 외로운 약 4km 구간입니다. 응원이 한 번 더 옅어지고, 다리 위 오르막이 다리에 쌓인 피로를 정확히 끄집어냅니다. 베테랑 러너들이 이 구간을 “Where dreams go to die(꿈이 죽는 곳)”이라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5번가 오르막 — 마지막 함정

매디슨 애비뉴 다리로 다시 맨해튼에 들어선 뒤 5번가(5th Avenue)를 남쪽으로 달리는 약 1마일은, 지도상으로는 평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110번가에서 90번가까지 끝없이 완만한 오르막입니다. 이미 30km를 넘긴 다리에 이 오르막은 평소보다 두 배로 길게 느껴집니다.

센트럴파크 결승선 — 그날의 보상

90번가에서 센트럴파크에 진입하면 마지막 2마일은 공원의 작은 언덕들을 두세 번 더 넘는 구간입니다. 마지막 800m, 사우스 드라이브를 따라 결승선이 보이기 시작하면 양옆 관중석에서 마지막 함성이 쏟아집니다. 결승선은 태번 온 더 그린(Tavern on the Green) 앞. 이 지점이 코스의 마지막입니다.

뉴욕 마라톤 센트럴파크 결승선
센트럴파크 안 결승선과 메달 수여 구역. (출처: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뉴욕 마라톤을 만든 사건들 — 우승, 취소, 그리고 회복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대회는 뉴욕시의 주요 사건과 함께 운영되어 왔습니다. 자주 언급되는 사건들을 정리합니다.

그레테 와이츠의 9승, 그리고 1992년의 마지막 1마일

노르웨이의 학교 교사 출신 그레테 와이츠(Grete Waitz)는 1978년 뉴욕에서 마라톤 데뷔전을 치렀고, 그날 세계 신기록(2시간 32분 30초)으로 우승했습니다. 그녀는 이후 1988년까지 뉴욕에서만 총 아홉 번을 우승해 단일 마라톤 우승 기록을 다시 썼습니다. 여성 마라톤의 어머니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1992년 대회에서는 특별히 기록할 만한 장면이 있었습니다. 뇌암 시한부 진단을 받은 페드 르보는 자기가 만든 대회를 한 번은 끝까지 뛰어 보고 싶다고 했고, 와이츠가 그 옆에서 5시간 32분을 함께 걸어 결승선에 도착했습니다. 두 사람은 결승선에서 함께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르보는 2년 뒤인 1994년 세상을 떠났고, 그의 동상은 매년 마라톤 주말에 결승선으로 옮겨져 완주자를 맞이합니다.

2012년 — 허리케인 샌디와 사상 첫 취소

2012년 10월 말, 허리케인 샌디가 뉴욕시를 강타했습니다. 도시는 정전과 침수 속에 있었고, 마라톤 발전기·물자가 도심 복구가 아니라 대회 운영에 쓰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센 비판이 일었습니다. 대회 이틀 전,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은 결국 1970년 이래 처음으로 뉴욕 마라톤 취소를 발표했습니다. 도시가 마라톤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결정이었습니다.

뉴욕 마라톤 자치구 거리 풍경
뉴욕시 다섯 자치구 전체를 통과하는 코스 풍경. (사진: 2014년 대회 / 출처: Wikimedia Commons, CC BY 2.0)

2017년 — 테러와 그 다음 일요일의 우승

2017년 10월 31일, 대회 4일 전 코스 인근 허드슨 강변 자전거 도로에서 트럭을 이용한 테러가 발생해 8명이 숨졌습니다. 도시는 흔들렸지만 NYRR과 뉴욕시는 보안을 두텁게 한 채 대회를 그대로 진행했습니다. 그 주 일요일, 샬레인 플래너건(Shalane Flanagan)이 1977년 미키 고먼 이후 40년 만에 뉴욕에서 미국 여성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결승선을 지난 뒤 그녀의 짧은 환호 장면은 그해 대회의 대표 장면 중 하나로 기록되었습니다.

코스 기록과 휠체어 부문

현재 남자 코스 기록은 2023년 타미라트 톨라(에티오피아)가 세운 2시간 4분 58초이고, 여자 기록은 2003년 마거릿 오카요(케냐)의 2시간 22분 31초입니다. 휠체어·핸드사이클·시각장애인 부문도 함께 운영되어, 휠체어 남자부에서는 스위스의 마르셀 휴그가 꾸준히 다관왕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한국 동호인 러너에게는 PB보다 분위기가 더 와 닿는 대회로 통합니다.

뉴욕 마라톤 대회 개요

항목 내용
대회명 TCS 뉴욕시티 마라톤
일시 2026년 11월 1일(일) · 5개 자치구 코스 50주년
장소 미국 뉴욕(스태튼아일랜드 출발 — 센트럴파크 결승)
종목 풀코스(42.195km) · 휠체어 · 핸드사이클 · 시각장애인 부문
참가 규모 약 5만 명 이상(2024년 약 55,646명 완주, 단일 마라톤 최다)
참가 방법 추첨 · 기록 출전 · 자선 트랙 · 9+1 · 여행사 패키지
공식 홈페이지 nyrr.org/tcsnycmarathon
뉴욕 마라톤 핵심 요강(2026년 11월 1일 기준, 세부는 공식 발표 확인).

뉴욕 마라톤에 참가하려면 — 다섯 가지 경로

출전권을 얻는 길은 크게 다섯 가지입니다.

  1. 추첨(Drawing) — 매년 초~봄 응모, 늦봄 발표. 당첨률은 최근 10% 안팎으로 보고됩니다.
  2. 기록 출전(Time Qualifier) — NYRR이 정한 풀·하프 기준 기록을 인증된 대회에서 충족하면 보장 출전입니다.
  3. 자선 트랙(Charity Partners) — NYRR이 지정한 자선 단체에 일정 금액 모금을 약정하면 출전권을 받습니다. 모금액은 보통 수백만 원 이상.
  4. 9+1 프로그램 — NYRR 회원이 한 해 동안 NYRR 공인 대회 9개 완주 + 자원봉사 1회를 채우면 다음 해 자동 출전권. 사실상 현지 거주 러너 전용 트랙입니다.
  5. 여행사 공식 패키지 — 한국 러너가 가장 자주 쓰는 경로. 출전권·항공·숙박·배번 수령·현장 이동까지 묶여 첫 원정 부담을 크게 줄여 줍니다.

한국 러너의 원정 준비와 완주 전략

한국에서 뉴욕까지는 직항 기준 약 14시간, 시차는 13~14시간입니다. 출발지인 스태튼아일랜드 집결에 새벽부터 긴 대기가 필요해 대회 3~4일 전 도착해 시차를 가라앉히는 것이 안전합니다. 11월 초 뉴욕은 평균 최저 5~7도, 최고 12~14도로 달리기엔 좋지만, 출발 전 대기 시간이 길어 버려도 되는 두꺼운 겉옷·장갑·우비가 거의 필수입니다.

완주 전략은 단순합니다. ① 다리 오르막에서는 페이스가 아니라 호흡으로 일정한 노력 수준을 유지합니다. ② 1번가에서 절대 빨라지지 않습니다. 흥분해도 첫 1마일은 평소 페이스보다 조금 늦춘다는 마음이면 됩니다. ③ 5번가 오르막에서는 시선을 정면에 두고 자세가 무너지지 않게 합니다. ④ 결승 1km 직전까지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곧 완주 전략입니다. 페이스 감각을 정리하려면 러닝 페이스 평균 글로 자기 기준을 한 번 점검하시고, 완주 후 회복은 마라톤 회복 7일 가이드를 참고하세요.

뉴욕 마라톤, 누구에게 가장 맞을까

기록 도전보다 도시 전체를 직접 통과하는 마라톤 경험을 원한다면 뉴욕이 적합합니다. 자기 기록을 갱신하는 게 목표라면 평지 코스의 시카고 마라톤이나 베를린이 더 적합하고, 자격 기록 자체가 목표라면 보스턴 마라톤이 답입니다. 다른 메이저와 비교해 자기 위치를 정리하려면 세계 마라톤 메이저 총정리를 함께 읽어 보세요.

자주 묻는 질문(FAQ)

Q. 뉴욕 마라톤에서 기록이 잘 나오나요?
다섯 다리와 5번가 오르막 때문에 PB 코스는 아닙니다. 같은 훈련 기준으로 베를린·시카고보다 보통 5~10분 정도 느린 기록을 예상하는 편입니다.

Q. 추첨 당첨 확률을 높이는 방법이 있나요?
한국 거주 러너에게는 자선 트랙과 여행사 공식 패키지가 가장 안정적입니다. 9+1 프로그램은 NYRR 공인 대회를 한 해에 9번 뛰어야 해 사실상 현지 거주자용입니다.

Q. 11월 초 뉴욕 날씨는 어떻습니까?
달리기엔 적당한 쌀쌀함입니다. 다만 스태튼아일랜드 집결 후 출발까지 길게 대기해야 해 방한이 핵심입니다. 출발 직전 버릴 두꺼운 옷을 미리 챙기세요.

Q. 첫 해외 마라톤인데 혼자 가도 괜찮을까요?
가능합니다. 다만 시차·동선·배번 수령이 걱정된다면 한국 여행사 공식 패키지나 동호회 단체 출전을 함께 알아보면 첫 원정의 부담이 많이 줄어듭니다.

뉴욕 마라톤은 기록보다는 다섯 자치구를 직접 통과하는 도시 마라톤 경험에 무게가 실린 대회입니다. 한국에서도 동호회·개인 단위 원정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부상 없이, 안런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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