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마라톤(Bank of America Chicago Marathon)은 1977년 4천여 명이 출전한 동네 대회로 시작해, 오늘날 4만 5천 명 이상이 도시 29개 동네를 통과하는 세계 마라톤 메이저 6개 중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메이저 중 가장 평탄한 코스로 알려져, 마라톤 세계기록이 가장 자주 갱신되는 무대이기도 합니다.
핵심을 먼저 짚어드립니다.
- 그랜트파크 출발·결승, 29개 동네를 잇는 완전 평지 루프(누적 고도 ~30m).
- 5번의 세계기록 — 1984년 Steve Jones부터 2023년 Kelvin Kiptum 2:00:35까지.
- 2007년 폭염 중단·2024년 우승자 사망 등 도시 차원의 사건과 함께 운영 변화를 겪어 왔습니다.

시카고 마라톤의 탄생 — 1977년 4천 명에서 시작
첫 시카고 마라톤은 1977년 9월 25일 4,200명이 출전한 가운데 열렸습니다. 시카고시 공무원이자 마라토너였던 리 플래허티(Lee Flaherty)가 기획했고, 당시 시장의 이름을 따 “메이오 데일리 마라톤(Mayor Daley Marathon)”으로 불렸습니다. 우승자 댄 클로터는 2시간 17분 52초로 들어왔습니다.
1980년대 초 비어트리스 푸즈(Beatrice Foods)가 후원을 시작하며 정상급 러너가 모여들었고, 1984년 스티브 존스(영국)가 2시간 8분 5초의 세계 신기록을 세우면서 시카고 마라톤은 세계 주요 마라톤 무대에 자리 잡았습니다. 1980년대 후반 잠시 침체를 겪었지만 1990년대 라살 뱅크(LaSalle Bank)의 인수, 2002년 뱅크오브아메리카 후원 합류로 재정과 운영이 안정되었습니다.
2006년 시카고 마라톤은 보스턴·뉴욕·런던·베를린과 함께 월드 마라톤 메이저(World Marathon Majors)의 창립 멤버가 되었습니다. 오늘날 매년 10월 둘째 주 일요일, 약 4만 5천 명이 출전합니다.

그랜트파크에서 시작해 29개 동네를 지나는 평지 루프
시카고 마라톤 코스는 도심 그랜트파크(Grant Park) 안 버킹엄 분수 근처에서 출발해, 시카고시 29개 동네를 통과한 뒤 다시 그랜트파크로 돌아와 마무리되는 루프 구조입니다. 누적 고도는 약 30m로, 세계 6대 메이저 중 가장 평탄한 코스로 꼽힙니다.
전체 흐름은 이렇습니다. 그랜트파크에서 북쪽으로 출발해 The Loop를 가로지른 뒤, 링컨파크·올드타운·레이크뷰·보이즈타운·리글리빌까지 약 10km를 북진합니다. 그 뒤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도심 서쪽 유나이티드 센터 부근을 지나, 남서쪽 멕시코계 동네 필센(Pilsen)과 차이나타운을 거쳐 다시 그랜트파크 결승선으로 들어옵니다. 도시 안 29개 동네를 한 코스에 모두 통과하는 구조입니다.

코스가 평탄한 데다 시카고 가을의 기온(평균 최저 7도, 최고 17도)도 마라톤에 우호적입니다. 베를린과 함께 세계기록·자기기록 도전에 가장 자주 거론되는 코스입니다.
코스의 결정적 순간들 — 동네마다 다른 응원
시카고 마라톤 코스는 통과하는 동네마다 응원 분위기가 다른 것이 특징입니다.
출발 — 그랜트파크 4그룹 분할
출발은 그랜트파크 안 버킹엄 분수 부근. 출전자 4만 5천 명을 안전하게 흘려보내기 위해 4개 시간대(웨이브)로 분할 출발합니다. 출발 직후 약 3km 동안 도심 빌딩숲(The Loop)을 가로지르는데, 고층 빌딩 사이의 좁은 거리에서 함성이 반사되는 구간으로, 시카고 마라톤의 대표 출발 장면 중 하나입니다.

보이즈타운·리글리빌 — 가장 화려한 응원
북쪽으로 올라가다 만나는 보이즈타운(Boystown)은 시카고의 LGBTQ 커뮤니티가 모인 동네입니다. 화려한 분장의 응원단이 음악을 틀고 응원하는 약 1마일 구간은 코스 통틀어 가장 시끄러운 구간 중 하나로 꼽힙니다. 그 위 리글리빌은 시카고 컵스(Wrigley Field) 야구팀의 동네라, 야구 응원 문화 그대로의 응원이 이어집니다.
필센 — 마리아치와 차로의 멕시코 블록
20마일을 넘기면 시카고 남서쪽 멕시코계 동네 필센(Pilsen)에 들어섭니다. 마리아치 밴드의 트럼펫 소리, 멕시코 전통 의상 차로(charro)를 입은 응원단의 박수, 거리에 걸린 멕시코 국기가 한 번에 등장하는 약 1마일은 시카고 마라톤에서 가장 사진이 많이 찍히는 구간입니다.

차이나타운과 마지막 1마일
필센을 지나면 곧 시카고 차이나타운입니다. 한자 응원 현수막과 사자춤이 등장하고, 그 뒤 마지막 5km는 도심 남쪽 운하 주변을 거슬러 올라 결승선으로 향합니다. 결승 약 800m 앞 콜럼버스 드라이브에서 짧고 가파른 마지막 오르막이 등장하는데, “마라톤 통틀어 30초짜리 진짜 오르막”이라 불립니다.

시카고 마라톤이 만든 사건들 — 5번의 세계기록과 하나의 비극
시카고 마라톤은 세계 마라톤 역사에서 자주 언급되는 코스입니다. 다섯 번의 세계기록 갱신, 2007년 폭염 중단, 2024년 우승자 사망 등 주요 사건이 모두 이 도시에서 있었습니다.
1984년 — Steve Jones, 첫 세계기록
1984년 영국의 군 조종사 출신 스티브 존스(Steve Jones)가 2시간 8분 5초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시카고에서 첫 마라톤 세계기록이 탄생했습니다. 마라톤 데뷔전이었습니다.
1999년 — Khalid Khannouchi, 첫 2:05대 진입
1999년 모로코 출신 미국 귀화 러너 칼리드 칸누치(Khalid Khannouchi)가 2시간 5분 42초로 세계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마라톤 사상 첫 2시간 5분대 진입이었습니다.
2002년 — Paula Radcliffe, 여성 마라톤의 새 시대
2002년 영국의 폴라 래드클리프(Paula Radcliffe)가 2시간 17분 18초로 여성 마라톤 세계기록을 세웠습니다. 이 기록은 2003년 자신의 런던 마라톤 2:15:25로 깨지기 전까지 잠시 시카고가 보유했지만, 폴라가 여성 마라톤의 시대를 연 무대로 늘 시카고가 거론됩니다.
2007년 — 폭염 속의 멈춤
2007년 10월 7일 시카고는 마라톤 당일 기온이 30도를 넘었습니다. 출발 후 약 4시간 30분이 지났을 때, 대회 본부는 더 이상의 출발·진행을 중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한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수백 명이 응급 처치를 받았습니다. 이 사건 이후 시카고 마라톤은 깃발 신호 시스템(Event Alert System)을 도입해 날씨에 따라 단계별로 코스 운영을 조정하게 되었습니다.
2019년 — Brigid Kosgei, 16년 만의 여자 WR
2019년 케냐의 브리짓 코스게이(Brigid Kosgei)가 2시간 14분 4초로, 16년 동안 깨지지 않던 폴라 래드클리프의 기록을 1분 이상 단축했습니다.
2023년 — Kelvin Kiptum, 그리고 2024년 2월의 비극
2023년 10월 8일, 케냐의 켈빈 킵툼(Kelvin Kiptum)이 마라톤 사상 처음으로 2시간 0분대(2시간 0분 35초)에 진입하며 세계기록을 세웠습니다. 당시 24세 신예 러너의 본격적인 시대 시작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러나 4개월 뒤인 2024년 2월 11일, 킵툼은 케냐 엘도렛 인근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습니다. 마라톤 종목 전체에 큰 충격을 준 사건이었고, 그가 마지막 세계 신기록을 세운 도시 시카고와 함께 그의 이름이 기록에 남게 되었습니다.
시카고 마라톤 대회 개요
| 항목 | 내용 |
|---|---|
| 대회명 | Bank of America Chicago Marathon |
| 일시 | 매년 10월 둘째 주 일요일 |
| 장소 |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그랜트파크 출발·결승) |
| 종목 | 풀코스(42.195km) · 휠체어 부문 |
| 참가 규모 | 약 4만 5천 명 이상 |
| 코스 특징 | 누적 고도 약 30m, 메이저 중 가장 평탄. 평지 PB 코스의 대표주자 |
| 공식 홈페이지 | chicagomarathon.com |
시카고 마라톤에 참가하려면
출전권을 얻는 길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 추첨(Non-Guaranteed Entry) — 매년 가을 응모, 12월 발표. 당첨률은 보고된 수치 기준 10% 안팎.
- 기록 출전(Time Qualifier) — 시카고 마라톤이 인정하는 인증 대회의 기준 기록 충족 시 보장 출전.
- 자선 트랙(Charity Partners) — 시카고 마라톤 공인 단체에 일정 금액 모금을 약정하면 출전권을 받습니다.
- 공식 여행사 패키지 — 한국 러너가 가장 자주 쓰는 경로. 출전권·항공·숙박이 묶여 첫 원정의 부담이 크게 줄어듭니다.
한국 러너의 원정 준비와 완주 전략
한국에서 시카고까지는 직항 기준 약 13시간, 시차는 14시간입니다. 평지 코스라 자기 기록(PB)이 목표라면 시카고가 베를린과 함께 가장 자주 거론되는 도시입니다. 다만 PB의 함정은 늘 같습니다. 출발 직후 도심의 응원과 평탄한 노면에 페이스가 빨라지기 쉽고, 후반 필센·차이나타운에서 그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완주 전략은 단순합니다. ① 첫 10km는 목표 페이스보다 5초 정도 늦춥니다. ② 보이즈타운·리글리빌의 응원에 흥분하지 않습니다. ③ 30km 이후 필센부터 차이나타운까지는 응원에 기대 페이스를 회복합니다. ④ 마지막 콜럼버스 드라이브의 짧은 오르막은 어차피 30초입니다. 페이스 감각을 정리하려면 러닝 페이스 평균 글을 참고하시고, 완주 후 회복은 마라톤 회복 7일 가이드를 보세요.
시카고 마라톤, 누구에게 가장 맞을까
“평지 코스에서 자기 기록을 정리하고 싶다”면 시카고와 베를린이 가장 강하게 추천됩니다. 도시 그 자체의 경험이 우선이라면 뉴욕 마라톤, 자격 기록 도전이 목표라면 보스턴 마라톤이 더 맞습니다. 메이저 비교는 세계 마라톤 메이저 총정리를 함께 읽어 보세요.
자주 묻는 질문(FAQ)
Q. 시카고는 왜 평지 PB 코스로 통하나요?
코스 누적 고도가 약 30m로 메이저 중 가장 낮고, 코너가 적어 페이스 유지가 쉽기 때문입니다. 10월 시카고의 기온도 마라톤에 우호적입니다.
Q. 추첨에 떨어지면 어떻게 출전하나요?
한국 거주 러너는 공식 여행사 패키지와 자선 트랙이 가장 안정적인 경로입니다.
Q. 10월 시카고 날씨는 어떻습니까?
평균 최저 7도·최고 17도로 마라톤에 좋은 편입니다. 다만 2007년처럼 이상고온이 오기도 해, 출전 직전 일주일 예보 확인이 필수입니다.
Q. 한국에서 시카고까지 시차는 어떻게 다루나요?
14시간 시차가 있어 3~4일 전 도착을 권합니다. 도착 직후 가벼운 조깅과 햇빛 노출로 생체 리듬을 빠르게 맞춰 두면 대회 당일 컨디션이 훨씬 안정됩니다.
시카고 마라톤은 평지 PB 코스이면서, 1977년 첫 대회 이후 다섯 번의 세계기록이 세워진 대회입니다. 자기 기록 도전과 마라톤 역사 정리 모두에 적합합니다.
부상 없이, 안런 하세요.